좋은 질문은 어떻게 만드나요?
질문이 나쁘면 데이터가 나빠요
리서치 결과가 기대보다 못 나왔을 때, 분석을 못 한 경우보다 질문을 못 한 경우가 더 많아요.
분석을 못 하는 건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어요. 데이터를 다시 보고, 패턴을 다시 찾고. 근데 질문이 잘못됐으면 — 거기서 나온 데이터 자체가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닌 거예요. 만회가 안 돼요.
그래서 질문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한데요. 좋은 질문이 어떤 건지 설명해 드릴게요.
질문할 때와 분석할 때는 다르게 생각해야 해요
이게 포인트예요.
인터뷰할 때 질문 순서랑, 나중에 보고서 쓸 때 내용 순서가 달라요.
보고서는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 먼저 나오잖아요. "주요 발견 사항"이 제일 앞에 오고, 배경 설명이 나중에 와요. 근데 인터뷰를 이 순서로 하면 안 돼요.
인터뷰는 이 사람의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해요. 그다음에 우리가 알고 싶은 핵심을 물어봐야 해요.
예를 들어볼게요.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관련 리서치를 한다고 해요. 저희가 진짜 알고 싶은 건 "대체 거래소 화면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예요. 근데 처음부터 그걸 물어보면 어때요?
이 사람이 주식 투자를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자주 MTS를 쓰는지, 국내 주식만 하는지 해외 주식도 하는지, 프리장 애프터장 같은 개념이 얼마나 익숙한지 — 이걸 모르는 상태에서 대체 거래소 화면 얘기를 들어봤자 맥락이 없어요.
UNA가 뭔지 아세요?
인터뷰 앞부분에서 쓰는 섹션이에요. Usage, Needs, Attitudes 약자라고 보시면 돼요. 이 사람이 평소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뭐가 필요한지,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배경 질문이에요.
실제로 증권사 UT 프로토콜 설계할 때 UNA 섹션을 꼭 넣어요.
"주식 투자 얼마나 오래 하셨어요?", "보통 어느 정도 규모로 하시나요?", "MTS는 주로 어떤 상황에서 쓰세요?", "해외 주식 해보신 적 있어요?" — 이게 다 UNA예요.
이걸 왜 먼저 물어보냐고요?
이 사람이 주식 고수인지 초보인지에 따라, 대체 거래소 화면을 봤을 때 반응이 완전히 달라요. 고수는 "이 지표가 빠졌네"라고 할 거고, 초보는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라고 할 거예요. 배경을 알아야 그 반응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지 이해가 돼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UNA 질문에서 참여자가 워밍업이 돼요. 처음부터 핵심 질문 던지면 어색해서 말을 잘 못 해요. 자기 일상 얘기 좀 하다 보면 편해지거든요.
질문 순서 ≠ 보고서 순서
이 개념이 처음에는 좀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인터뷰 가이드 보면 UNA가 앞에 있어요. 근데 보고서 쓸 때는 이 UNA 내용이 보통 맨 앞에 오지 않아요. "이런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인터뷰했다"는 정도로 간략하게 처리되거나, 보고 맥락에 따라 아예 스킵해요.
보고서는 "우리가 뭘 발견했냐"가 중심이니까요.
인터뷰 질문 순서는 참여자 중심이에요. "이 사람한테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원하는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짜요.
보고서 순서는 읽는 사람 중심이에요. "이 사람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게 뭔가"를 기준으로 짜요.
이걸 구분 못하면, 인터뷰 가이드를 보고서 쓰듯이 짜게 돼요. 그러면 인터뷰가 어색해지고, 참여자도 힘들고, 좋은 데이터가 안 나와요.
유도질문을 피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
좋은 질문의 핵심은 열린 질문이에요.
"이 기능 좋으셨어요?"가 아니라 "이 화면에서 해보신 게 뭐예요?" "불편하셨던 점 있으셨어요?"가 아니라 "이 과정에서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좋으셨어요?"라고 물으면 거의 다 "좋았어요"라고 해요. 불편한 걸 굳이 꺼내기 귀찮으니까요.
"불편하셨어요?"라고 물으면 — 이미 불편한 게 있을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유도가 되는 거예요.
열린 질문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하고, 거기서 나오는 걸 파고드는 게 인터뷰의 기본이에요. 이게 훈련이 필요해요. 생각보다 어거든요.
아일라
15년째 사람과 제품 사이를 연구하고 있어요. 리서치로 프로덕트를 만들고, 가르치며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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