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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CG 리서치 — 맥주, 라면, 면도기의 과학

FMCG 리서치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이걸 좀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맛 평가 시키는 거잖아요, 그냥 먹어보고 어떤지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근데 막상 들어가 보면 이게 진짜 과학이에요. 조건 하나 틀어지면 데이터 전체가 흔들리거든요. 오늘은 맥주, 라면, 면도기 세 가지로 얘기해볼게요.

맥주: 12시간, 5도, 그리고 같은 잔

맥주 테스트는 조건이 제일 까다로워요. 온도 하나만 봐도 그래요. 5도 이하에서 12시간 이상 보관한 제품을 써야 해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맥주는 온도에 따라 맛이 진짜 달라지거든요. 8도짜리 맥주랑 5도짜리 맥주는 같은 제품이어도 쓴맛, 탄산감, 청량감을 다르게 느껴요.

A 제품이랑 B 제품을 비교 테스트한다고 생각해보세요. A는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거고 B는 어제부터 넣어뒀다면, 지금 비교하는 게 제품력인지 온도인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두 제품을 같은 조건으로 맞춰야 하는 거예요. 잔도 통일해요. 같은 형태의 잔에 같은 양을. 잔이 달라지면 향이 달라지고, 거품이 달라지거든요.

이 모든 통제가 "제품력을 제품력으로만 평가하기 위한" 장치예요. 환경 변수를 걷어내야 진짜 데이터가 나와요.

라면: 스프 넣는 타이밍도 변수예요

라면 리서치에서 제일 재밌는 게 이거예요. 조리법을 통제해야 하는데, 어느 수준까지 통제할 거냐가 관건이에요.

물 양은 기본이고요. 물을 어느 정도 끓인 다음에 라면 사리를 넣는지, 스프는 어느 타이밍에 넣는지까지 정해요. 이게 맛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스프를 처음에 넣느냐, 중간에 넣느냐, 마지막에 넣느냐에 따라 국물 색이 달라지고, 염도 느낌이 달라지고, 건더기가 퍼지는 정도가 달라져요.

"집에서 다들 다르게 끓여서 먹는데, 그냥 알아서 끓이게 두면 안 돼요?"라고 물어보는 분도 있는데요. 제품력 비교 테스트에서는 그게 안 돼요. 지금 평가하는 게 조리 방식인지 제품인지 분리가 안 되거든요. 소비자가 "집에서 끓여 먹을 때" 어떻게 느끼냐를 보는 HUT은 또 다른 목적의 리서치예요. 제품력 자체를 보는 테스트에서는 조건 통제가 먼저예요.

면도기: 2주 동안 마모 곡선을 그려요

면도기는 좀 독특해요. 한 번 써보고 평가하는 게 의미가 없거든요. 2주 시스템이 보통이에요. 참여자한테 제품을 주고, 2주 동안 매일 써달라고 해요. 그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만족도를 기록해요.

왜 이렇게 하냐면, 면도기는 날이 마모되면서 성능이 변하거든요. 처음 이틀은 다들 좋다고 해요. 새 날이니까요. 근데 1주일쯤 지나면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해요. 어떤 제품은 마모가 완만하고, 어떤 제품은 3일 만에 확 떨어지기도 해요. 이 마모도 곡선을 비교하는 게 진짜 제품력 비교예요.

소비자가 실제로 경험하는 건 '처음 한 번'이 아니잖아요. 그 제품을 쓰는 2주, 한 달의 경험이니까요. 그래서 시계열로 만족도를 추적하는 거예요. "이 제품은 처음엔 좋은데 일주일 지나면 별로예요" 같은 인사이트가 이 방법으로 나오거든요.

결론: 엄격함이 곧 신뢰예요

맥주 온도, 라면 스프 타이밍, 면도기 마모 곡선. 이게 다 "제품력을 제품력으로만 보기 위한" 프로토콜이에요.

FMCG 리서치에서 이 조건 통제가 느슨해지는 순간, 클라이언트한테 "이 제품이 더 낫다"고 말할 근거가 없어지는 거예요. 데이터가 있어도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가 되는 거죠. 엄격할수록 인사이트가 단단해져요. 이게 포인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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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라

15년째 사람과 제품 사이를 연구하고 있어요. 리서치로 프로덕트를 만들고, 가르치며 기록합니다.

© Ayla · 무단 전재 및 복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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