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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리서처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AI가 리서처를 대체하지 않나요?" 강의나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저는 이 질문 자체가 좀 잘못 설정된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오늘 그 얘기를 해볼게요.

AI가 가져가는 것

AI가 리서치 업무에서 실제로 잘 하는 것들이 있어요. 그리고 이게 꽤 많아요.

반복적 코딩 작업. 인터뷰 발언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하는 작업, 특정 키워드가 몇 번 나왔는지 세는 작업, 패턴 정리. 이걸 예전에는 리서처가 직접 엑셀 펼쳐놓고 몇 시간씩 했거든요. 이제는 AI한테 맡기면 돼요.

녹취록 정리. 인터뷰 음성 파일 텍스트 변환하고, 화자 분리하고, 요약 뽑는 것. 이게 하루 인터뷰 4건이면 처리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어요. 지금은 달라졌죠.

초안 설문 생성. 리서치 목적을 주면 관련 문항을 뽑아내는 것. 완성본은 아니어도 초안 수준은 충분히 나와요.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요.

이게 다 리서처가 시간을 많이 쓰는 작업이었어요. 그게 자동화된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이 시간에 더 중요한 걸 할 수 있으니까요.

AI가 못 하는 것

그럼 뭐가 남냐고요. 사실 이게 훨씬 많아요.

프레이밍. "이 리서치로 뭘 알아야 하는가"를 정하는 것. 클라이언트가 "경쟁사 대비 우리 앱 어떤지 알고 싶어요"라고 할 때, 그게 사용성 문제인지 포지셔닝 문제인지 기능 갭 문제인지를 구분하고, 어떤 방법론으로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 AI가 이걸 못 해요. 맥락과 비즈니스 구조를 알아야 하거든요.

현장 판단. 인터뷰 중에 참여자가 예상 밖의 발언을 했을 때, 그걸 파고들지 넘어갈지 결정하는 것. 표정이나 망설임에서 뭔가 더 있다는 걸 감지하고 "조금 더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를 하는 것. 이건 현장에 있는 사람만 할 수 있어요.

라포. 참여자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특히 민감한 주제일수록 이게 결정적이에요. 재정 상황, 건강, 가족 관계 같은 걸 물어봐야 할 때, 참여자가 편안하게 느끼는 관계를 만드는 것. AI 인터뷰어로는 아직 이게 안 돼요.

맥락 해석. 데이터가 나왔을 때, "이게 이 산업에서, 이 시점에, 이 고객군에서 왜 나왔는지"를 해석하는 것. 숫자는 AI가 처리해도, 그 숫자의 의미는 리서처가 판단해야 해요.

"리서치는 설계가 전부"

이 말을 저는 진짜 믿어요.

설문 문항 100개를 잘못 설계된 구조로 만들면, 100개를 다 분석해도 답이 안 나와요. 반대로 딱 10개라도 제대로 설계된 질문이면, 거기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나오거든요.

AI가 초안을 만들어줄 수 있어도, 그 초안이 맞는 방향인지를 판단하는 건 리서처예요. 문항이 leading question인지, 응답 선택지가 MECE한지, 이 질문 순서가 bias를 만드는지. 이걸 보는 게 설계 능력이고, 이건 AI가 못 해요.

역할이 이동하는 거예요

대체되는 게 아니에요. 역할이 바뀌는 거예요.

예전에는 리서처가 실행의 많은 부분을 직접 했어요. 전사하고, 코딩하고, 정리하고. 이게 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거든요. 이제 그 부분은 AI가 가져가고, 리서처는 설계와 해석에 더 집중하게 돼요.

어떻게 보면 리서처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는 거예요. 리서치를 잘 설계하고, 데이터를 맥락 있게 해석하고,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것. 이게 원래 리서처가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반복 실행 작업에 묻혀 있던 거거든요.

AI 시대에 더 잘 살아남는 리서처는 "어떤 도구를 쓰는지"보다 "어떤 질문을 하는지"가 더 중요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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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라

15년째 사람과 제품 사이를 연구하고 있어요. 리서치로 프로덕트를 만들고, 가르치며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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